영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황금 티켓 프로모션’의 비밀
영화를 활용한 판촉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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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구 원 | 호주 University of Wollongong 박사과정
우리는 가끔 영화를 보면서 가상현실의 세계로 빠져들기도 하고 또는 영화 같은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있다. 메그 라이언(Meg Ryan) 과 톰 행크스(Tom Hanks)가 출연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영화 같은 사랑을 위해 도전하는, 그리하여 성공하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이처럼 영화는 우리에게 꿈과 환상을 주는 활력소 역할을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글은 영화를 활용한 판촉 사례로서, 호주와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빈번히 인용되고 모방되는 기법이다. 소개할 영화는 방금 전에 이야기한 로맨틱한 영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어린이의 동심을 다룬 영화이지만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좋은 영화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작품이다. 또한 광고인에게도 프로모션 기법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첫 제작년도가 1971년이며, 원작소설이 1964년에 발표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프로모션 기법이 얼마나 앞선 아이디어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의 꿈이 현실로
영화의 제목은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Willy Wonka and the Chocolate Factory)>으로서, 영국 태생의 작가 롤 달(Roald Dahl)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을 영상으로 옮긴 것이다. 앞선 말했듯이 이 영화는1971년에 첫 발표되었으나 1996년 워너브라더스가 영화 제작 25주년 기념으로 비디오로 출시했으며, 2001년에는 30주년 기념으로 DVD가 출시되면서 다시 한번 붐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잠깐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자. 윌리 웡카(진 와일더 분)는 자기의 성을 딴 ‘웡카’라는 제과회사의 사장으로서 5개의 ‘황금 티켓(golden tickets)’을 초콜릿 제품 안에 숨겨 놓았다. 그 황금 티켓을 뽑은 사람은 평생 초콜릿을 무료로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본인과 보호자 1명이 동반하여 초콜릿 공장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모션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시행되어 큰 관심을 불러 모으는데, 한 명 한 명 황금 티켓의 주인공이 탄생할 때마다 전세계의 TV에 보도되는 것도 물론이다. 프로모션 과정에 가짜 티켓 사건도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우리의 주인공 찰리가 마지막으로 황금티켓의 주인공이 된다. 주인공 찰리(피터 오스트럼 분)는 할아버지와 함께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방문하는데 초콜릿 공장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테마파크. 이 테마파크를 견학하는 과정에서 솔직한 성격의 주인공 찰리가 결국 웡카회사의 후계자로 선정되며 영화는 끝난다.
호주 네슬레의 ‘웡카 황금 티켓’캠페인
다국적 식품·제과회사인 네슬레(Nestle)는 작가로부터 웡카의 지적소유권을 인수받아 ‘웡카’라는 브랜드의 어린이용 초콜릿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웡카사이트(www.wonka. com)를 운영하면서 각국의 사정에 맞추어 웡카 프로모션을 실시해 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6월 17일부터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대상으로 인터넷과 수퍼마켓의 POP만을 활용하여 ‘웡카 황금 티켓’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는데, 황금 티켓을 뽑은 10명의 당첨자는 피지(Fiji)의 ‘움파룸파섬(Oompa Loompa Land)’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으며, 추가로 100명을 선정하여 1년 동안 웡카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특히 10명의 움파룸파섬 방문자는 2가지 방법으로 선정되는데, 우선 5명은 영화에서와 같이 즉석에서 당첨이 확인되며, 나머지 5명은 컨테스트 방식으로서 소비자가 웡카 초콜릿 포장지를 동봉한 편지를 보내면 추후 추첨에 의해 결정한다. 이렇게 해서 최종 선정된 10명의 주인공들은 성인 2명, 어린이 2명(12세 미만으로 한정)의 가족 단위로 초청되어 꿈같은 관광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움파룸파’라는 이름. 이는 영화 속에서는 난장이들의 부족 이름이며, 움파룸파섬은 그들이 일하는 꿈의 초콜릿 공장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니까 현실 속의 네슬레 프로모션에서는 피지의 휴양지에 준비된 움파룸파섬이 영화 속의 그 초콜릿 공장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2002년 9월 30일 마감되며, 움파룸파섬으로의 관광은 2003년 4월 18일부터 4월 25일까지 7일간(방학기간) 펼쳐진다. 그런데 호주 네슬레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족당 여행 경비는 한화로 약 700만원 상당이며, 전체 포상 비용은 약 1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호주 네슬레에서는 이 행사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기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 지도상에 어느 지역에서 당첨자가 나왔는지를 표시해 웹사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중계하고 있다(이 글을 쓰고 있는 8월 중순 현재 아직은 당첨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미 6월 30일에는 시드니 중심지의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근처에 있는 유원지 달링하버(Darling Harbor)에서 특별
이벤트를 개최하여 어린이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른바 ‘전국 움파룸파의 날(National Oompa Loompa Day)’로 명명된 그날의 이벤트는 움파룸파섬의 한 어린 난장이(움파룸파)가 실종되어 윌리 웡카 사장이 직접 시드니 시내를 누비며 그를 찾는 것이었다.
성공 사례 즐비한 유사 캠페인
이러한 황금 티켓 프로모션의 사례는 또 있다. 1999년에는 호주의 대형 전자유통 체인점 하비 노먼(Harvey Norman)이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를 발매하면서 황금 티켓 프로모션을 실시했는데, 언론에서 이를 윌리 웡카와 같은 아이디어라고 소개하면서 간접적인 홍보효과를 얻기도 했다. 또한 2001년 미국의 슈가로우프(Sugarloaf)라는 스키장은 개장 50주년을 맞아 윌리 웡카의 황금티켓을 모델로 한 ‘Win the Golden Ticket’판촉을 실시하였다. 이 캠페인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실시되었는데, 미국스키장협회(NSAA)가 시행하는 25만~50만 스키인구 유치 부문에서 마케팅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웡카의 공식 사용권자인 네슬레를 제외하고 장기적으로 유사 기법을 사용해서 성공한 회사로는 고디바(Godiva)라는 초콜릿 회사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워너브라더스가 영화를 출시한 이듬해인 1997년부터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하여 2002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시행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캠페인은 영화와는 다소 다르게 내용을 변형했으나 초콜릿 회사라는 점, 황금 티켓을 사용하는 점 등에서 소비자가 영화를 쉽게 연상함으로써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윌리 웡카의 황금 티켓과 유사하다는 언론의 홍보 기사들이 프로모션의 효과를 더해 주고 있기도 하다. 즉, 고디바는 1997년의 조사를 통해 발렌타인 데이의 선물로 초콜릿과 다이아몬드 두 가지 품목이 가장 많이 애용되며, 발렌타인 데이가 1년 중 다이아몬드 판매의 최고 성수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윌리 웡카 황금 티켓 스토리를 변형시켜 ‘초콜릿과 다이아몬드’캠페인을 실시했는데, 실제 제품 판매 신장과 아울러 1억 달러 이상의 홍보효과를 가져왔다고 발표하였다. 고디바는 또 2002년에 펼친 ‘초콜릿과 다이아몬드’캠페인을 통해 1명의 수상자에게 4.5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증정하고, 50명에게는 미화 5,000달러 상당의 1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증정하였다. 더불어 과시 효과를 위해 매년 골든글러브상 시상식의 스폰서로 참여하여 상을 받은 여배우가 4.5캐럿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출연한 뒤 그 목걸이를 사회봉사 기금으로 증정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고디바는 황금 티켓 프로모션을 통해 최고급 초콜릿으로서의 이미지,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그리고 제품판매 증대라는 성과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황금 티켓 프로모션의 교훈
호주 네슬레의 프로모션은 현재도 진행 중이므로 그것이 얼마나 성공할지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네슬레에서는 미국 등 각 나라별로 몇 년 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이 프로모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상당히 좋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유사 캠페인들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호주에서의 프로모션도 성공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황금 티켓 프로모션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영화와 소설이 이미 일반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즉, 영화가 성공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소설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어린이에게 유익한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될 정도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인 롤 달에 대한 신망도 한몫 거들고 있다. 그의 작품 중 <제임스와 자이언트 피치(James and the Giant Peach)>, <마틸다(Matilda)>, <The BFG> 등의 세 편이 이미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데, 미국교육자협회(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가 1999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포함한 4개의 소설 모두 ‘교사가 추천하는 어린이에게 유익한 책’, ‘어린이가 뽑은 좋은 책’부문에 공통적으로 선정되기도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영화의 성공 또한 황금 티켓 프로모션이 보다 극적이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한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음악 중 <The Candy Man>을 부른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Sammy Davis Jr.)라는 가수는 그의 생애 최초이자 유일하게 1972년 ‘빌보드 탑 100’에서 7위를 차지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같은 해에 오스카상(배경음악) 및 골든 글로브상에 노미네이트(뮤지컬 코미디부분 최우수 배우; 진 와일더)되기도 했다. 결국 소설과 영화 모두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고전으로서 유행에 큰 관계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오고 있는 까닭에 소비자가 황금 티켓 캠페인에 더욱 친숙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영화의 내용이 암시하듯 황금 티켓의 가시성과 그것의 홍보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즉, 영화에서도 보여졌듯 티켓 한 장 한 장이 발견될 때마다 언론을 통해 중계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구전효과가 높아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호주 네슬레에서는 영화에서는 아무도 보지 못한 신비한 움파룸파를 단 5명의 당첨자와 각 1명씩의 동반자에게만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고조시켰는데, 이러한 독점적인 조건은 금전적인 가치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소비자에게 더 큰 흥미를 더욱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는 소비자들의 경쟁심리를 촉발시키는 절대적인 요소이지만.
마지막으로, ‘sweepstake(흔히 영어권에서는 lottery, 즉 복권이라는 용어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국내에서는 ‘추첨’이라는 용어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왜곡될 우려가 있어 원어를 그대로 쓰기로 함)’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이다. 영화에서와 같이 소비자가 포장을 뜯어내어 황금 티켓을 찾아내는 방법을 ‘sweepstake’라고 부르는데, 이는 뽑힐 확률이 무작위이며 참가하는 데 아무 조건도 없어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Sweepstake의 또 다른 장점은 이와 유사한 형태인 컨테스트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즉, 컨테스트는 응모자 입장에서는 일정한 기술이나 노력이 필요하며(예를 들어 글을 쓰거나, 정답을 맞추어야 한다), 시행자 입장에서도 심사위원을 필요로 하지만 sweepstake는 그런 과정이 필요 없으므로 프로모션 운영비가 적게 들고 관리도 용이한 것이다. 또한 복권은 돈을 주고 복권 자체를 사지만 sweepstake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면서 추첨권은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복권과도 구별이 된다. 나아가 기존에 성행하던 가격할인 프로모션은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나, sweepstake는 제품 판매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버넷(Burnett, 1992)에 따르면 sweepstake는 최근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프로모션 방법으로서, 기존에는 복권 또는 도박으로 여겨져 비도덕적이라는 관념 때문에 잘 활용되지 않았으나 1969년 미국 연방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인정되면서(Winston and Winston, 1998) 점차 많은 기업이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기업들이 sweepstake를 얼마나 많이 활용하고 있는가는 1992년 해리스 조사(Harris Survey)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즉, 미국 성인 중 92%가 적어도 한번 이상 그들이 어떤 행사에 1차 당첨되었다는 엽서나 편지를 받았으며, 그들 중 약 3분의 1 이 그 편지를 받고 응모했다는 것이다(Cuevas, 1998).
한 예로 필자가 경험한 sweepstake의 사례를 보자. 먼저 기업에서는 많은 가구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당신은 운이 좋게도 우리회사에서 무작위로 시행한 추첨에서 1차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우리회사의 잡지 구독 신청서와 수표를 보내면 당신은 추가로 거액의 상금을 탈 기회를 갖는다. 그러니 언제 언제까지 응모하라”는 것인데, 필자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경험했다. 현재까지 sweepstake는 비교적 효과적인 프로모션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조건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실패 사례 또한 간간히 보고되고 있는데, 콘테스트도 그렇지만 sweepstake의 성공 여부는 경품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금액이 클수록 효과적인 것은 틀림없으나, 법적인 문제와 아울러 지나치게 과도한 금액은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정 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금액과 아울러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은 경품을 제공하는 방법의 결정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금액이라도 현금으로 할 것이냐, 해외여행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소비자의 흥미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프로모션 방법에 대한 의사결정은 소비자의 흥미 유발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프로모션의 성공은 소비자의 흥미 유발에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Engel et al., 1991).
<참고 문헌>
Burnett, J. J. (1992). Promotion management. Boston, MA: Houghton Miffin.
Cuevas, D. (1998). Sweepstake pitches: A look at state laws. Consumers’Research, December, pp.15-17.
Engel, J. F., Warshaw, M. R., and Kinnear, T. C. (1991). Promotional strategy: Managing the marketing communications process (7th ed.). Homewood, IL: Irwin
Winston, A. and Winston, J. (1998). Changes for sweepstakes? Target Marketing, 21 (11), p.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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