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전시·공연

한양대 우체국의 가을 : 이수익의 시 '우울한 샹송'이 생각나는 곳

by 서구원 2013. 11. 24.

한양대 우체국의 가을 : 이수익의 시 '우울한 샹송'이 생각나는 곳

 

온라인이 너무 발달하여 오프라인의 "편지"가 갖고 있는 감성과 추억을 

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우체국이 갖고 있는 사랑과 감성 같은 것을 한 번쯤은 되새기며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지요.  이제는 디지털시대에 밀려 잊혀져가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살려 줄 수 있는 시

 

'우울한 샹송'을 생각나게 하는 곳. 가을의 은행나무가 있는 우체국. 우체국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박인희 시낭송 https://www.youtube.com/watch?v=KD_JueJ2rQo

김미숙 시낭송 https://www.youtube.com/watch?v=9S4oxrzgvGM

길은정이 1990년 부른 "우울한 샹송" :https://www.youtube.com/watch?v=RshOGu2uAaY

 

 

 

 

 

  

우울한 샹송

- 이 수 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 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 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