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휴일도 아닌 평일에 그처럼 사람들이 긴 줄을 서며 기다렸던 이유는 다름 아닌 봄배추 모종때문이었다.
농촌진흥청과 (사)로컬푸드운동본부는 그날 시민들에게 1인당 봄배추 모종 30주와 유기질 비료 1킬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봄배추 모종 무료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봄배추 모종을 나눠줬으며, 농촌진흥청 전문가가 참여하는 어린이 채소가꾸기 체험 및 베란다 농장 조성 우수사례 전시, 재활용품을 활용한 우리가족 텃밭 조성사례 등의 부대행사도 함께 개최됐다.
그날 행사 주최 측에서 준비한 10만 본의 봄배추 모종은 금방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옥상이나 베란다 또는 가로변의 유휴지를 이용해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업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주 5일제 수업 전면 시행과 더불어 아이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고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인성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 더욱 각광 받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서울시는 (재)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 주머니텃밭 4천 개와 한평텃밭 10개소를 분양해 도시농업을 꿈꾸는 도시농부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머니텃밭이란 지름 25센티미터, 높이 35센티미터 원기둥 형태의 천막 재질로 만든 텃밭이다. 폐현수막이나 자투리 천막을 기증 받아 재활용해 만든 주머니 모양의 텃밭을 분양 받은 이들에게는 분갈이흙과 경량토를 비롯해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상추, 배추 등의 모종과 관리매뉴얼도 함께 지원됐다.
한평텃밭은 회사 옥상이나 아파트 공지, 골목길 공지, 학교 자투리땅, 복지관 자투리땅 등 원하는 장소에 목재나 펜스 등을 설치해 바로 이용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주는 텃밭을 일컫는다. 땅을 분양받는 주말농장과는 달리 주머니텃밭과 한평텃밭은 평소 생활하는 동네 어디서든 텃밭을 가꿀 수 있어 동네 이웃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한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자투리 땅 활용해 도시텃밭 조성
농지가 없어도 스티로폼 상자 등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상자텃밭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공동주택단지 내에 상자텃밭 32개소를 설치해 인근 노인회, 부녀회, 어린이집 등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또한 대구시는 총 사업비 4억원을 투입해 시내 자투리 땅을 활용한 도시텃밭 조성 등 도시농업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대전시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상자텃밭을 분양하고 분양자를 대상으로 재배시 필요한 사항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는 등 도시농업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도심 안에서 이웃과 함께 채소를 키우며 친목을 나눌 수 있는 친환경 공동체 텃밭의 경우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는 한강텃밭 약 500구획을 분양하려다가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당초 계획보다 텃밭 규모를 2배 늘린 1천 구획에 대해 분양신청을 받았다. 그럼에도 11일간 총 5천 575팀이 신청해 약 5.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시민들이 즐겨찾는 서울의 공원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공동체 텃밭이 개장됐다.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가족공원의 자연학습장 일대 1천 705㎡에 조성된 텃밭 205구획이 바로 그 곳.
1구획당 6.6㎡ 규모로 조성된 이 텃밭은 3~7개 가족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분양받았다. 용산가족공원 공동체 텃밭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 비닐멀칭, 매점, 쓰레기통, 취사가 없는 ‘6무(無) 원칙’과 자가거름 만들기, 전통농사법, 공동체 농사의 ‘3대 원칙’을 지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도시농업 멘토로 활동할 전문가 육성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증대되자 관련 인력 양성도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서울시에서 도시농업 멘토로 활동할 전문가 50명을 육성하는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교육’ 과정을 개설, 운영했다.
50명 모집에 129명이 신청해 2.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교육생들은 2주 동안 도시농업의 이해와 중요성, 토양과 비료, 병해충관리, 텃밭채소 재배, 옥상농원 등 도시농업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농업기술과 정보를 이론교육과 실습, 현장 견학을 통해 전수받았다.
이렇게 양성된 도시농업 전문가는 향후 서울시와 구청에서 추진하는 도시농업 사업현장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게 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도 지난 1일 ‘도시농업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 수료식을 개최하고 도시농업 지도자 40명을 배출했다. 약 1개월간 69시간에 걸쳐 이론과 실습 등의 교육을 이수한 도시농업 지도자들은 방과후학교 출강 등을 맡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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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 이밖에도 경기도는 시민농장 조성, 학교 텃밭 학습원 운영, 상자텃밭 보급 활동, 생활원예 활동 지원, 인공지반을 기반으로 하는 텃밭 지원, 도시농부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도시농업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시농업과 관련된 행사도 잇달아 개최된다.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5월 12일과 19일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KCDF갤러리의 옥상정원과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허브다섯메 농장에서 전문 도시농부 강사와 함께 미니텃밭을 만들며 다양한 현장체험을 할 수 있는 학습 이벤트를 개최한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실내용 미니텃밭 및 허브정원을 만들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5월 17일부터 20일까지는 국내 최초의 ‘2012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정원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주제관, 기획관, 체험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는 이 박람회에는 50여 개 정원 관련 업체들이 참가해 제품 전시와 함께 정원 조성과 관련된 상담을 제공한다. 또한 입장료 1만원을 내면 정원사의 지도로 개성 있는 미니정원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서울광장에서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제1회 도시농업 박람회’가 개최된다. 서울시와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 박람회는 도시농업학술대회, 생활원예경진대회, 도시농업전시관 운영 등의 행사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상자벼 전시, 채소모종 나누기, 어린이 배움 텃밭 체험장 운영, 도시농업 일자리 창출 부스 등의 부대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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