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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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1월2일자 (제2397호) |
2010 농업, 다시 희망을 말하다 <3>로컬푸드가 지역을 살린다 |
다품목 소량생산 딱~ 지역소농, 당당한 농업 주역을 꿈꾸다 |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운동이다. 해당지역에서 생산, 소비되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짧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고 환경적으로는 탄소배출량도 감축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통단계가 줄어 저렴한 가격에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민 사이의 지역적, 사회적, 정서적 거리를 줄여 도농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특히 로컬푸드는 다품목 소량생산, 직거래 형태이어서 가족농 및 소농, 그리고 고령농이 핵심 참여 주체가 되기 때문에 지역소농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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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원주 새벽시장은 직거래 대표시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 | #원주 새벽시장
원주 새벽시장은 전국 최고 직거래 장터다. 1994년부터 원주천 둔치에서 4월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열리는 새벽시장은 423명의 농민 회원들이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 연 25만명의 도시민이 찾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8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80억원보다 2억원 가량 증가할 정도로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했다. 새벽시장이 농민에게는 수확한 농산물을 팔수 있는 새로운 판로를 제시했고, 도시민들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의 모범적인 사례가 된셈이다.
특히 새벽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농산물은 생산자 실명제와 원산지 표시제를 의무화하고 불량 농산물에 대해서는 즉시 리콜제를 실시, 도시민들에게 안전 농산물을 공급한다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 지경식 농업인새벽시장협의회 회장은 “농민이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마진이 없어 가격이 저렴하며 싱싱하고 안전한데다 자체 상거래 단속반을 운영해 질서유지에 나선 것 등이 도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생산자 실명제·원산지 표시 의무화 불량은 즉시 리콜…안전성 자랑 유통단계 확 줄여 ‘도시민 호응’
여기에는 행정기관의 역할도 만만치 않다. 홍보는 물론 소포장 지원 등 측면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원주시는 2009년에 ‘원주시 농업인새벽시장 개설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보다 더 친환경시장으로 조성키 위해 2013년까지 판매 및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조경, 산책로 등도 늘릴 계획이다. 2014년에는 ‘원주 푸드 인증시장’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성보훈 원주시 농정과 로컬푸드 담당자는 “새벽시장은 로컬푸드 실천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아직은 여건이 다소 열악한 만큼 2013년까지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새벽시장 뿐만 아니라 로컬푸드에 대한 원주시의 관심은 너무나 뜨겁다. 우선 역점을 두는 것은 로컬푸드 핵심기지가 될 원주 푸드 종합센터 건립이다. 전처리센터, 물류·저장시설, 가공시설, 인증센터 등 로컬푸드와 연계된 시설들이 모두 포함된 종합센터는 올해부터 건립이 시작돼 2013년 6월경에 준공, 운영될 예정이다. 또 로컬푸드 안정적 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양파, 마늘, 당근 등 25개 전략품목을 선정하는 한편 연중 생산을 위한 비닐하우스 등 시설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비율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인증 촉진비용을 지원하고 관련 농자재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강남구 원주시 농정과 로컬푸드 담당 계장은 “원주시는 타 지자체와는 달리 로컬푸드 관련 업무를 농정분야에서 담당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갖고 지역산 농산물 우선 공급이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면서 “인증시스템 구축, 종합센터 설립 및 운영, 생산체계 구축 및 시설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밥상꾸러미사업은 완주군의 먹을거리를 매개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생산, 생산자를 배려하는 소비로 도농상생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은 회원들에게 배송될 꾸러미상자에 제품을 담아넣는 작업 과정.
#완주 건강밥상꾸러미
로컬푸드 1번지 완주군의 건강밥상꾸러미 사업은 완주군 지역의 얼굴있는 먹거리를 매주 꾸러미를 갖춰 도시민들에게 판매하는 일이다. 도시민들에게 밥상차림의 필수 품목인 유정란, 두부, 콩나물 등 일일 신선식품과 제철과일, 각종 밑반찬 등 8~12개 제품을 건강밥상 꾸러미 배송상자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배송한다. 한 꾸러미당 2만 5000원이고 한달에 2번이나 4번 배송되며 회비는 총 5만~10만원 정도로 실제 시중가보다 20~30%가량 저렴하다. 지난해 10월 14일 114명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가입 회원만도 3000여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규모 농가 안정적 판로 확보 든든 지역 어린이집·학교 급식 등 개척 매출 소득 85% 농민들에 돌아가
이 사업은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안정적 유통망 확보와 소득증대, 소비자인 도시민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한 도농 상생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 사업 매출액 중 85%가 생산자인 농민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전성 강화를 위해 소비자 중심으로 40여명의 전수조사 모니터단을 구성해 생산지를 돌면서 품목 전수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품관원을 통해 잔류농약 검사도 수시로 진행한다. 여기에 한달에 한번씩 ‘건강한 밥상’이란 소식지를 만들어 생산 농민들의 재배기법과 생활상, 공급 농산물의 음식만들기 등 다양한 정보 제공과 함께 지역의 훈훈한 소식을 담은 건강밥상 자필 편지도 회원들에게 발송된다. 유원옥 완주군 농촌활력과 로컬푸드 담당 계장은 “소규모 농가들은 판로가 안정적이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건강밥상꾸러미사업을 통해 매주 순회수집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가 생기면서 농가 소득증대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어린이집, 학교급식 등 꾸러미 사업 확장으로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소농 및 고령농의 지속가능한 경영 보장을 위한 완주군 로컬푸드 사업은 매우 다양하고 공세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인근의 용진농협과 연계해 올 3월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 운영하게 된다. 농민들이 판매할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가져와 지정된 장소에 배치하면 농협이 이를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을 다시 농민이 수거해 폐기 및 가공제품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생산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한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임시매장을 운영해 본 결과 2억 3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려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완주군은 6개 농협과 공동으로 ‘로컬푸드 해피 스테이션’을 건립할 계획이다. 직매장은 물론 레스토랑, 가공체험장이 이곳에 들어서 단순히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탈피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교류, 교감할 수 있는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 시킨다는 것이 완주군이 목표다. 특히 5~6월경에 건립되는 로컬푸드 통합센터는 완주군의 로컬푸드 통합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호 완주군 농촌활력과장은 “완주군이 로컬푸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역특성상 다품목 소량생산구조 시스템인데다 전주 배후도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었지만 소농과 가족농을 유지시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자는 것이 큰 목표”라면서 “지역농촌을 살리고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상생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진단
서구원 로컬푸드운동본부 전략연구소장
로컬푸드운동은 단순한 지역 먹거리 운동이 아니라 환경과 지역 생태계의 보전,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 지역의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 로컬푸드운동은 도시민과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장터를 개설하거나, 생산자가 계약한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유정란, 두부, 콩나물, 체소, 곡류, 반찬류 등을 보내주는 ‘꾸러미 밥상’ 등을 통해 실천하고 있으며, 로컬푸드를 학교 등에 단체급식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환경·지역생태계 보전 역할 기대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 가능토록 시민 의식 제고·자발적 참여 필요
로컬푸드운동은 농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도시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우선 공공기관, 기업, 학교, 가정 등의 빈터나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야채를 재배할 수 있고, 아파트에서도 베란다를 이용해 텃밭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이라고 불리거나 ‘녹색도시(green city)’라고 불리고 있다. 텃밭가꾸기를 통한 로컬푸드운동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취임하자마자 백악관에 텃밭을 가꾸면서 미국 농무부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미셸 오바마는 인근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텃밭을 같이 가꾸고 지은 농작물을 팔아 기증하기도 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도 버킹엄궁전에 텃밭을 가꾸게 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로컬푸드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의식제고와 자발적인 참여이다. 시민들은 소비자로서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매하고, 공터나 옥상, 베란다 등에 텃밭을 가꾸어 직접 야채를 재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제품에 표시된 탄소라벨링를 확인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상품을 구매하고, 제철에 생산되는 식품을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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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기 기자(jungmk@agri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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